그룹명/사진 ,미술

도지성 전

행복늘이기 2008. 11. 24. 16:56

부유(浮遊)

도지성展 / DHOJISUNG / 都址成 / painting

2008_1025 ▶ 2008_1113



도지성_부유(浮遊)_캔바스에 혼합재료_50×60cm_200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 속닥속닥 Vol.061212a | 도지성 회화展으로 갑니다. 

도지성-도시의 망각, 도시의 소멸 ● 화면은 물감의 입자들이 들러붙은 흔적들로 자욱하다. 마치 안개나 운무가 뒤덮인 듯 하다. 그 사이로 얼핏 풍경의 잔해들이 보였다 사라진다. 먼지로 가려진 도시 혹은 안개로 지워진 풍경 같다는 인상이다. 혹은 수많은 시간의 입김과 결들에 의해 조금씩 지워지고 사라져 버린 세계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세계, 풍경은 언젠가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 들이다. 현재의 풍경은 어쩌면 먼지 속에서 재건되고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할 것이다. 지금도 내 주변의 모든 풍경들은 맹렬하게 사라지고 순간 새로운 풍경으로 돌변해있다. 너무 빠른 변화와 소멸, 망각과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게 도시인들이다. 도시는 그렇게 변화와 망각의 사이에서 진동한다. 시간과 속도 속에서 사라지고 나타나길 반복한다. ● 도지성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 풍경을 그림에 담았다. 인천은 그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공간이고 그 공간은 빠른 변화에 부침하면서 순간 망각과 기억상실증을 안긴다. 그는 지난 기억과 현재의 변화가 맞부딪치는 공간을 바라본다. 그 공간 너머로 지난 풍경이 오버랩되면서 희미한 기억을 반추시키는가 하면 이내 그 자취의 단서조차 찾을 수 없는 현재의 바뀐 풍경 앞에서 순간 ‘망연’하다. 공간은 기억을 간직한 곳이다. 그 공간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생애의 편린들이 묻어있는 곳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그런 추억과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소유하기란 불가능해졌다. 특히 한국이란 곳은 너무 빠른 속도와 경쟁 속에서 공간을 지우고 대체하고 황페화시키는 강도가 매우 두드러진 곳이다. 이곳의 공간에는 역사와 기억이 부재하다. 삶의 결들이, 체취와 호흡이 없다. 오로지 현재의 새로움, 또 다른 새로움으로 대체되기를 기다리는 그런 유령같은 도시들이다.





도지성_부유(浮遊)_캔바스에 혼합재료_162×260cm_2008



도지성_부유(浮遊)_캔바스에 혼합재료_112×146cm_2008



도지성의 화면은 물감을 뿌리고 흘리며 덮어나간 자취들로 가득하다. 얼핏 봐서는 마치 잭슨 폴락의 그림이나 추상표현주의의 전형적인 그림을 닮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물감의 물성과 행위가 강조되는 표면 안으로 흐릿한 이미지들이 잠겨있다. 그림은 몇겹의 층을 두르고 있는 셈이다. 평면성 안에 또 다른 공간감이 배어나온다는 착시가 일어난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렴풋하게 자리하고 있는 그 이미지들은 도시이미지나 특정한 풍경의 잔상을 자극한다. 그 풍경은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오랫동안 살아왔고 살고 있는 인천의 도시풍경이고 그 주변의 풍경, 장소들이다. 그는 풍경을 간략하게, 약호화하듯 그린 후에 그 풍경을 다시 물감으로, 점으로 덮어서 지우는 행위를 반복한다. 우선적으로는 캔버스에 독특한 질감을 부조화하고 이를 사포로 갈아내면서 물감과 질료적 성질을 극대화하는 한편 그것들이 마치 풍화되거나 부식된듯 한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동시에 그 위에 암시적인 이미지를 올려놓고 다시 물감을 힘있게 뿌리고 자잘한 미점들로 채워놓는 작업을 한다. 그것은 구상과 추상, 그림과 반그림, 재현과 질료 사이에서 진동한다. 사실 그림이란 그것이 구체적인 형상과 이미지로 드러나기 이전에 이미 부정할 수 없는 물질들로 가득한 존재다. 따라서 작가의 그림은 이미지이자 동시에 물질인 회화의 본원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이 모더니즘에서 이미 행해졌던 그림의 존재론적 조건들을 형식적으로 탐색하기 위한 절차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가 캔버스에 부조적으로 존재하는 질료적 성질을 극대화하고 이를 갈아내고 다시 뿌리는 행위를 거듭하는 것은 자신이 바라보고 느낀 도시풍경, 현실공간에 대한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 자신이 보고 느낀 풍경에 대한 인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얘기다. 동시에 그것은 평면회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차원과도 연결되어 보인다. 그런가하면 그의 뿌리기와 점으로 입자가 결정화된 화면은 다분히 픽셀이미지이자 디지털이미지와 유사해 보인다. 영상이미지가 주도적인 시대에 여전히 평면이미지, 수공의 회화가 가능할 수 있는 접점에 대한 모색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푸름이 잿빛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속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너무 빠른 속도와 무질서로 어지러웠다. 세상이 푸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점들이 이때부터 나타났다. 대상은 견고한 구조 이전에 움직이는 힘의 진동으로 분산됐다. 단단한 돌도 먼지 되어 흩어지고 다시 모여 흙이 됐다... 최근에 나는 물감을 뿌려서 그린다. 붓으로 그리기 보다는 붓에 물감을 충분히 묻혀 캔버스에 털어낸다. 나와 캔버스를 매개하던 붓이 무뎌 질수록 감각은 사라졌다. 그리기보다는 물감을 던지듯 뿌릴 때, 감각을 직접 캔버스로 전달 할 수 있었다. 무수한 점들은 작은 진동으로 떨리고 있다. 그것은 대지의 호흡을 파악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뿌려진 점들은 연속적 혹은 불연속적으로 화면에 존재한다. 뭉쳐지면 돌과 나무가 되기도 하고 흩어지면 바람과 먼지가 됐다. ” (도지성, 2006)





도지성_부유(浮遊)_캔바스에 혼합재료_112×112cm_2008



도지성_부유(浮遊)_캔바스에 혼합재료_73×91cm_2008



어지럽게 얽혀진 물감의 타래와 뿌려진 점들은 이미지를 지우고 덮고 삭제해나간다. 그래서 화면은 깊이와 두께를 지닌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본래의 형체, 몸을 잃는 대신 자신의 잔해를 퇴적층으로 보여준다. 물감의 자취와 형상을 지우고 다시 그 위에 이미지를 얹히는 행위는 일종의 시간을 누적시키는 일이자 시간의 추이, 변화를 시각화하는 일이다. 여러 겹으로 중층화된 공간, 무수한 시간의 겹으로 드러나는 풍경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에게 이 시간이란 단지 물리적인 시간의 양, 수학적인 수량에 머물지 않는다. 그가 파악하는 시간이란 특정 공간에 개입되는 여러 욕망과 힘, 폭력에 의해 부과된 시간이자 기억과 망각, 부재와 현존의 길항 사이에서 진동하는 그런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이란 공간에 부과된 시간이자 자신의 추억과 결부된 시간이고 화면에 물리적으로 얹혀진 시간이다. 동시에 그것은 모든 것을 뿌옇게 지워나가면서 결국 먼지가 되고 재가 되어버리는 시간의 힘, 소멸에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는 이 풍경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모습으로 잠시 눈앞에 펼쳐진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모든 풍경은 변질되고 사라지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사실 이러한 빠른 시간과 망각의 교차는 전통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근대 이후 시간과의 경쟁을 벌이면서 풍경은 급속도로 변화를 거듭해갔다. 지금도 우리 주변의 풍경은, 현실공간은 지속적으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으며 빠른 시간동안 현기증나는 탈바꿈을 거듭하고 있다. 먼지와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현실계는 다분히 몽환적이다. 개발의 논리와 자본의 욕망 혹은 새로운 유토피아와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란 환상에 의해 급격히 변질되어가는 공간의 상처를 촉각화시킨다. 그 화면 위에 최종적으로 매화 꽃 몇 송이가 눈처럼 피어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도지성_부유(浮遊)_캔바스에 혼합재료_73×91cm_2008



도지성_부유(浮遊)_캔바스에 혼합재료_45×53cm_2008



도지성은 자신에게 오랫동안 익숙했던 주변 풍경이 개발과 발전논리, 혹은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급속도로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한 느낌을 이미지화했다. 결국 그의 풍경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현실에 대한 반응이자 그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인 셈이다. 특히나 그가 살고 있는 인천은 현재 그 변화의 속도가 가파르고 무서운 욕망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곳이기에 그 체감의 강도가 무척 ‘쌨’던 것 같다.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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